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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4. 03:34 2차창작[팬픽션]/뱅드림

그녀가 냉동실에서 투명한 봉지를 꺼냈다. 봉지 안에는 치아바타가 들어 있다. 올리브가 군데군데 박혀 있어 검은 색이 드문드문 보였다. 봉지의 매듭 사이로 손톱을 집어넣었다. 탁탁, 하고 비닐을 몇 번 건드리는 소리가 난 뒤 매듭이 풀렸다. 그녀는 치아바타 세 조각을 미리 가져온 접시에 올려 놓았다. 봉지를 다시 묶고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접시 위에는 치아바타 말고도 접시 반 정도 크기의 거대한 크로와상이 있었다. 야마부키 특제 거대 크로와상.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주방으로 접시를 가져가며 그녀는 치아바타의 이름이 뭐였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야마부키 스페셜 올리브 치아바타? 그녀는 실소를 터트렸다. 평범한 빵에 스페셜이나 특제, 슈퍼를 붙이는 게 그 집의 방식이다. 굉장히 신경 쓰이지만 생각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도마 위에 크로와상을 올리고 식칼을 꺼내 들었다. 식칼로 크로와상을 6등분 했다. 보통의 크로와상이라면 3등분에서 4등분 정도면 알맞은데, 이 크로와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프라이팬을 꺼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가스 밸브를 돌린 뒤, 스위치를 꾹 누르고 돌려 불을 켰다. 불이 화르륵 올라오는 걸 확인한 뒤, 중불로 줄였다.

 

그 다음부터는 코로부터 밀려오는 행복을 느끼면 된다.

그녀는 살짝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치아바타와 크로와상을 얹었다. 빵의 잘린 단면이 구워지도록 놓았다. 크로와상은 버터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구워도 겉면이 매끈하고 향기로웠다. 그리고 그 팬 위에 같이 치아바타를 굽는 게 좋았다. 버터 향이 살짝 묻은 고소한 치아바타. 두 빵의 향기를 맡고 있으면 이후의 시간이 기대되는 법이다.

 

그녀는 따뜻하고 진하게 끓인 커피에 각설탕 한 개를 넣고 저은 뒤, 식탁 위에 올렸다. 커피가 든 머그잔 옆에는 갓 구운 빵들이 올라간 접시를 두었다. 오른손으로는 따뜻한 빵을 들고, 왼손으로는 머그잔을 들었다. 오른손 한 번에 왼손 한 번이면 되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되었다.

 

빵을 먹던 그녀는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휴대폰을 열고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모카, 올 때 빵 많이 사와.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뒤, 그녀는 아 소리를 냈다. 잠시 뒤 귀까지 빨개져 고개를 가슴께까지 수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네, 식습관까지 변해가잖아.”

 

그래도 그녀는 빵을 먹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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